달콤지기
몇년 전부터 세컨드 하우스를 가진 친구 집을 방문하면서 '별장을 가진 사람보다 그의 친구가 더 행복하다'는 말을 하고 다니곤 했었다. 친구의 세컨드 하우스를 내집처럼 자주 드나들면서 중년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다 새로운 다른 별장을 초대받아 가게 되었다. 경기도 가평에 있는 곳이었다. 가평은 20대 때 몇 번 놀러 갔던 곳이라 익숙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가 아닌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 그다지 즐겨 찾는 곳은 아니었다. 난 산보다 바다가 좋다. 물놀이도 좋아하지만 바다는 해산물이 나오는 곳이라서 더 좋아하는 거다. 이제 바닷물에 발 담그는 것보다는 산속 계곡에 발 담그는 것이 더 시원하고 깨끗하다는 걸 알아버렸다. 이제 바다보다 계곡을 찾을 나이가 된 것이다. 평소 돌아다니는 것을..
몇년전부터 이상하리만치 내가 뭘 원하거나 하고 싶은 것이 있을때는 그것을 하게될 상황이 만들어졌다. 마치 절대자가 "너 이거 하고 싶었지. 그래 옜다." 하면서 상황을 만들어주는 기분을 여러번 느꼈다. 원하던 걸 이루게 되는 상황이 좋기도 하면서 살짝 불안해지기도 한다. 매일 매맞던 종놈이 하루 안 맞으면 불안하고 불편한 기분처럼. 여하간 리프레시를 하고 싶었다. 감정적으로 정서적으로. 몸도 아프고 맘도 아프고. 무엇보다 감정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이럴때 영화보다는 연극이 낫겠다 싶어서 언제 한번 연극이나 보러 가야겠다 하고 생각했다. 그냥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 하고 지인들과 하는 의례적인 인사나 관용어처럼 정말 언제 한번 연극을 보러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고 말았다. 하지만 내 의도는 ..
홍은동에서 5년째 근무하는데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다. 둘레마당은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식당이다. 무심하게 차린듯한 빨간 벽돌집 건물에 들어서면 누가봐도 가정집을 개조해 식당으로 영업하는 모양의 식당이 낮게 자리하고 있다. 모자간에 식당을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우리는 시간이 짧은 이유로 미리 메뉴를 주문해 놓고 식당을 찾았다. 나 혼자 찾아갔으면 조금 헤맸을 법한 곳에 위치한 식당은 한 번 찾아가보면 이렇게 쉬운 곳에 자리하고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드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홍제천만 따라서 가다보면 정면에 개울이 흐르는 아기자기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미리 주문된 취나물돌솥밥정식이 나왔다. 밑반찬들을 먼저 맛보다 우리는 황홀해지기 시작했다. 평소에 맛볼 수 없는, 서울 외곽으로 나가서 아주 오래된 보리..
인터넷 밴드 대흥수산에서 방어회를 주문해서 집에서 간단하게 즐겨봤다. 500g이면 상당한 양이라 주문해서 저렴하게 맛봤다. 택배비 4,000원이 매몰비용처럼 느껴지지만 그래도 일반 횟집보다는 싸다는 느낌으로. 사실 풍성하게 먹으려면 횟집에서 먹어야 회다운 회를 먹은 느낌이 든다. 탕이나 기타 밑반찬 그리고 대접받는 느낌까지 생각한다면 주문해서 달랑 회만 먹는게 가성비가 더 떨어지는 느낌도 있긴 하다. 하지만 오직 회만 즐기고 다른 건 원치 않을 경우라면 인터넷 주문도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적은 관계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500g 단위 필레 상태로 포장해서 습포제에 깔끔하게 놓여서 진공포장 되어 배송이 된다. 빵빵한 얼음팩으로 신선도는 보장이다. 더구나 겨울 아닌가. 방어는 대방어가 가장 맛있다는..
서오릉을 자주 간다. 커피 마시러, 밥 먹으로. 자주 가는 이유는 서오릉이 주차가 편리하다는 거다. 시내는 차를 가지고 가면 길이 막히기도 하지만 그 길을 뚫고 도착했다 하더라도 주차 공간을 찾아 헤매느라 진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유자적 드라이브겸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실 요량이면 무조건 서오릉으로 향했다. 큰 길을 따라 양 옆으로 늘어진 식당과 커피숍들만 들러도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릴 정도로 이 지역은 유원지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곳이다. 항상 큰 길에 보이는 간판만 따라서 들어가다가 연말 모임으로 '대가왕쭈꾸미'집을 찾게 되었다. 큰 뒤에서 한 블럭 물러난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큰 길 뒤쪽에도 상당히 괜찮은 식당들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하긴 요새 새로 알게 된 것, 새로 가게 된 곳들..
속살까지 붉은 빛이 도는 엔부사과. 겉은 말할 것도 없이 새빨간 색이다. 정말이지 빨간색이 아니라 '새빨간'색이라는 말을 이 때 사용하라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과에서 복숭아향과 사과향이 감도는 엔부사과를 먹게 되었다. 사실 이런 사과가 있는지도 몰랐지만 올해 처음으로 맛보게 되었다. 그동안 과일이 당도가 높으면 최상품인양 모든 과일의 당도를 높이는데 농부들은 혈안이 되고 소비자는 당도 높은 과일을 최상품으로 여겼다. 브릭스 단위로 측정을 하며 당도에 따라 품질이 결정이 되는 현상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난 단 과일은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럴거면 설탕을 먹어야지. 과일이 왜 과일인가? 상큼한 맛과 향 때문이다. 과일향, 과일맛 이런 것을 결정하는 것은 당도가 아니다. 드디어 내가 바라던 진짜 과일을 맛보..
소화를 잘 못 시키는 일행이 있어서 항상 식사 메뉴를 정할때는 그 분을 배려하여 메뉴를 정한다. 이번 식사 모임은 홍제동 '머슴과 마님'에서 누룽지 백숙 세트를 2세트 시켰다. 세트당 3명이 먹기에는 약간 넉넉한 양이고 4인 가족이 먹기에는 약간 빠듯하다 싶은 정도의 양이다. 먹기 나름이겠지만. 우리 팀은 여자 셋이서 누룽지 백숙 세트 하나를 해치웠다. 세트라서 죽과 쟁반 모밀국수가 나왔다. 슴슴하면서 담백한 백숙에 새콤달콤한 쟁반국수는 환상의 조합이었다. 쫄깃하면서 적당하게 노릇노릇한 누룽지도 맛이 있었다. 누룽지 백숙이 먹고 싶었던 차에 좋은 점심 식사였다.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르지만 속이 불편하거나 거북하지 않다. 이게 백숙의 묘미인거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