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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상

은평구 불광천 오후 산책하기

달콤지기 이작가 2020. 5. 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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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삼아 불광천까지 걸어 갔다. 제법 햇빛이 뜨거워서 이제 낮에 운동하는 것은 힘들것 같다. 햇살 가득한 불광천을 걸었다. 불광천은 은평구의 허브 같은 곳이다. 작은 개천과 나무, 그리고 풀꽃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산책하기 안성마춤이다. 잘 조성된 자전거 길과 계절마다 바뀌는 꽃들은 불광천으로 사람들을 불러 들이는 이유이다.

불광천은 2급수의 수질을 자랑하며 비교적 깨끗한 물이 흐른다. 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맑은 물은 두루미와 오리들이 찾아들기에 좋은 환경이다. 산책하다보면 두루미와 오리를 자주 보게 된다. 두루미와 오리, 그리고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불광천은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느껴진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불광천 주변에는 아파트 단지가 없다는 것이다. 오래된 빌라와 다세대 주택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가끔 인상이 찌뿌려지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잘 가꾸어진 불광천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오래된 빌라와 다세대 주택 1층을 개조하여 자유로운 분위기의 까페가 여러개 생겼다. 산책하다가 커피 한 잔 즐기고 싶을 때 편하게 들어가도 되는 분위기의 까페들이다. 유럽 여행을 다니다 보면 쉽게 접할 수 있을 법한 자유롭기 그지없는, 꾸미지 않는 듯한 인테리어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도 아이디어다. 빌라나 다세대 주택의 1층은 사생활 침해의 이유로 거주용 주택으로는 선호하지 않지만 카페로 사용하기에는 최적의 층이다. 위에 층에 거주하는 주택도 은은한 커피향이 올라오면 운치있고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난 풀꽃이 좋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도 있다. 난 잘 가꾸어진 꽃보다는 자유롭게 지천으로 깔린 풀꽃이 좋다. 어린 시절 살던 시골을 연상하게 하기도 한다. 꽃이나 나무는 자유롭게 자라야 제벗이다. 원래 자연은 자유롭게 만들어진 것이다. 인위적인 손길이 아닌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꽃밭이 더 사람의 마음을 힐링하고 편안감을 느끼게 한다.

불광천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꽃밭과 개천 능선에 자연스럽게 자란 풀꽃이 공존하는 것이다. 인공과 자연이 함께 공존해서 더 아름다운 것 같다. 오랜 시간 동안 조성된 불광천은 이제 자리 잡아서 서울의 명소가 되었다.

봄에는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면서 장관을 이룬다. 여름에는 춤추는 음악분수와 조명이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을에는 국화꽃과 여러가지 가을 꽃으로 가을의 정취를 나타낸다. 겨울은 겨울대로 움추린 겨울에 운동하기 좋은 최적의 장소를 만들어 낸다.

인근 주민들에게 불광천은 휴식처요, 소통의 공간이다. 커피 한잔 손에 들고, 벤치에 앉아서 마시는 커피는 더없이 향긋하게 느껴진다. 만남의 장소로도 딱이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불광천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불광천을 따라서 쭉 걷다보면 한강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자전거 라이더 들에게 이보다 좋은 코스는 없다. 자전거로 한강까지. 나는 응암동에서 걸어서 한강까지 가본적이 있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불광천에 잘 닦여진 산책 코스를 따라 꽃들과 흐르는 물을 따라 걷기만하면 어느덧 한강에 도착하게 된다.

레인보우교도 있다. 말그대로 무지개처럼 아치형 다리이다. 철마다 예쁜 꽃으로 레인보우교를 장식하여 포토존까지 만들어져 있다. 부담없이 산책하기 좋게 만들어졌다.

갈곳 없는 현대인에게 휴식하기 좋은 곳이 불광천이다. 마음이 힘들때 나는 몸을 힘들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한다. 몸이 힘들면 마음의 괴로움을 약간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힘든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이겨낼 새로운 힘이 생긴다. 그게 자연이 주는 치유력이다. 불광천은 은평구민에게 치유의 공간이고 힐링의 공간이다. 누구나 받아주는 곳이다.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불광천을 찾으면 불광천은 항상 같은 자리에서 나를 맞이한다.

요란하게 반기지도 않는다. 그냥 말없이, 말없이 나를 받아준다. 이보다 더한 위로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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