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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상

힐링의 의미를 알게 되는 시간

달콤지기 이작가 2023. 6. 2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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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다보면 사람과 사회에 치여 상처입고 그 상처가 미처 아물기도 전에 또 다른 상처를 입게 된다. 어찌하다보면 원치 않는 다툼에 휘말리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따돌림도 당하게 된다. 내가 그랬다. 정말 나에게는 따돌림이나 큰 다툼은 해당사항이 없는 듯 살아왔다. 내 성격이 그런 불미스러운 것을 애초에 차단하는 성격이라 다툼이나 따돌림은 정말 먼 나라 얘기로만 알고 있었다. 신의 장난! 요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자초한 것은 자신이지만 그런 묘한 상황들이 겹겹으로 닥치는 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 다 내 잘못이다. 내가 사회 생활과 인간관계에서 융통성이 없었던 것이다. 사람들에게 공격당하고 상처입을대로 상처 입은 나에게 오래 전부터 예정된 친구들 모임이 다가왔다.

제부도 앞바다

예전같으면 손꼽아 기다려야할 친구 모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살짝 두려운 마음과 걱정되는 마음이 교차했다. 마냥 즐거워 해야 하는 자리인데 내가 어두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면 친구에 대한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 조심스러웠다. 울다가 부은 눈처럼 퉁퉁 부은 마음을 안고 광역버스를 탔다. 난생 처음 타보는 광역버스였다. 사당에서 남태령을 지나서 톨게이트를 나오자 완전히 푸른 녹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초록잎들이 다친 마음을 위로하는 것처럼 보였다. 서울 경계만 벗어났을 뿐이다. 이렇게 여유롭고 푸른 자연이 기다리고 있었다니. 좁아터진 서울에서 내가 뭐한거지. 밀도 높은 서울에서는 사람들 각자가 마음의 공간이 없다. 그래서 아주 사소한 것에도 격분하고 다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버스에서 내린 나를 마중나와 준 친구,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여고 동창들만을 위한 캠핑 준비를 해주는 친구의 남편. 그 내외간을 보면서 아파하고 찢겼던 나의 마음에 연고를 바른 기분이었다. 우리들의 휴식과 먹거리를 위해서 오랫동안 준비한 소중한 나의 친구. 그렇다. 나에게는 그런 친구가 있다. 나를 위해 모든 수고를 아끼지 않는 그런 친구 말이다. 중년의 나이인 나를 누가 그렇게 살뜰히 챙겨주겠는가. 나이든 부모? 남편?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내가 챙기고 살펴줘야 할 사람들이다. 나이가 드니 친정을 가도 힐링이 안된다. 오히려 더 피로만 쌓여서 온다. 나이든 친정 부모를 챙기고 살펴야 하기 때문에 잠시도 앉아 있을 틈이 없다. 앉아서 받아 먹는 밥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울적한 마음이 있을 때, 친정 가서 마음을 달래는 호사는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항상 자식들에게 기대려고 하는 친정을 둔 자식에겐 말이다.

친구네 펜션은 공기부터 달랐다. 물리적인 공기가 아니다. 부드러운 분위기와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무장해제시키는 그런 기운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 이미 난 사회에서 다칠대로 다쳐서 마음이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살뜰히 챙기는 친구들의 마음을 보았다. 얼마나 내가 바라고 원했던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위로와 힐링을 주는 기분이었다.

밤 분위기는 밤대로. 아침 기운은 아침대로 좋았다. 매순간이 좋았다. 힐링이란 이런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새로운 기운을 받는것. 다친 마음이 치료되고 위안이 되고 있었다. 

그간 열심히 살았다. 정말 앞만 보고 달렸다. 손에 쥔 것 없이 시작한 사회생활. 부모의 도움을 바라는 건 죄악이었다. 건강을 잃어가면서까지 이룬 현재의 자리였다. 그 과정에서 정말 심하게 집단으로 따돌림과 공격을 당하게 되는 찰나. 나를 위로해주는 오랜 친구들이 있었다. 각자의 삶 속에서 서로를 잊어가고 있을때쯤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힐링이란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것. 말없이 격하게 위로해주는 것. 보이지 않는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상처에 딱지가 생기고 생채기가 사라지는 것이다. 1박 2일동안 난 치료되는 내 마음을 경험했다. 그 힐링이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게 했다. 난 성공했다. 친정 엄마보다 더 위로가 되는 친구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미리 헤아려주는 마음을 가진 친구들이 있기에 내 인생은 성공한 것이다. 지금도 나는 힐링중이다. 그 친구들이 내 곁에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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