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지기

박정현 콘서트 생애 첫 관람하고 나서 본문

문화. 일상

박정현 콘서트 생애 첫 관람하고 나서

달콤지기 이작가 2023. 7. 3. 16:29
728x90

뭐가 잘못된 것이었을까. 꿈에도 그리던 박정현 콘서트였다. 나름 거금을 들여 VIP석을 예매했다. 중간중간 수수료를 부담하면서 앞자리가 날 때마다 한 열씩 앞으로 당겨서 좌석을 변경 예매했다. 나에게는 박정현 콘서트를 가는 것이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버킷 리스트치고는 너무 소박하다고 하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버킷리스트였다. 지구에서 박정현만 할 수 있는 POP R & B느낌의 노래들을 CD가 아닌 현장에서 라이브로 듣고 싶었다. 20대 때부터 CD로만 듣던 그 음성을 직접 현장에서 볼 수 있다니. 그것도 6열이라 나름 앞자리 중에 앞자리였다. 얼굴도 생생하게 다 보였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연장 계단 꼭대기에서부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리둥절했다. 전혀 듣도 보도 못한 노래였다. 아무 감흥이 없었다. 두번째 노래가 또 이어졌다. 이것도 전혀 들어 본 적 없는 노래였다. 세번째 노래가 이어졌다. 이쯤에서 난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감지했다. 올해가 박정현 데뷔 25주년이고 10집 앨범 The Bridge가 나왔다고 가수가 소개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10집 앨범에 수록된 노래를 불렀다. 다들 처음 듣는 노래고 어리둥절했다. 그런 느낌을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주변에 앉아 있던 관객들도 다들 어리둥절했다. 당연히 감동도 없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박정현 스타일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여러가지 장르를 다양하게 시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난 143,000원을 내고 거기 갔다. 박정현의 시험적인 무대를 보려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는 향수가 어린 박정현 특유의 R & B 소울. 애절하면서도 찌르는 듯한 고음을 넘나드는 현란한 음역의 향연을 맛보고 싶었다. 그런 곡은 2~3곡 정도밖에 선보이지 않았다. 거의 시험적인 편곡과 커버링된 곡 그리고 신곡들이었다.  박정현이 자신의 콘서트는 '자유롭게' 해보고 싶은 것들을 시도한다고 했다. 자유롭게! 그건 관객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관객들은 박정현이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도록 판을 벌여주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의 노래를 통해서 위로받고 감동 받고 싶은 것이다. 관객들의 연령대가 평균 40대는 돼보였다. 그들은 사회에서 지친 몸과 맘을 안고 공연장을 찾았다. 비싼 티켓값을 치르고라도 공연을 통해 위로 받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그랬다. 하지만 위로는 없었다. 오직 박정현의 새로운 버전, 장르를 시험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관객들은 들러리였다.

아무런 감흥 없는 공연은 소음이었다. 관객들과 소통하지 않는 공연. 중간에 나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차라리 성능 좋은 스피커를 사서 20대때 음원을 듣는것이 더 감동이겠다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공연을 갔다온 걸 보고 친구들은 부러워했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부러울 '뻔'했다고 난 말해줬다. 실상은 부럽지 않은 공연을 갖다 온 것이다. 공연 중에 알았다. 난 박정현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박정현의 R & B 소울 느낌의 노래를 좋아했던 것이다. 그게 충족이 안되니 공연이 나에게는 감동을 주지 못했다. 어쩌면 내돈내산 마지막 공연 관람이 될 것 같았다. 

난 박정현의 '미아' 라는 노래를 굉장히 좋아한다. 이렇게 좋아하는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때의 감동은 어떨지 가늠도 안되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직접 듣기로 했다. 하지만 난 자리를 뜰 때까지 그 노래는 들을 수 없었다. 앵콜곡으로 미아를 관객들이 외쳤지만  '미장원에서'와 '미아' 둘 중에 하나만 부른단다.  공연 중간에 미장원에서는 이미 불렀다. 정말 할 말이 없었다. 가장 노래 잘하는 가수는 박정현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가수도 박정현이었다. 항상 박정현만 따라 불렀다. 이제 그 걸음을 돌리는 중이다. 나에게는 씁쓸함만 남겨준 공연이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