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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논술

허준- 사람을 살리는 손-독서논술-초등저학년편

달콤지기 이작가 2019. 3. 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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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어른' 재방으로 '황선미 작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결핍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나에게 결핍은 무엇일까? 돈? 지식? 사랑? 이것저것 다 생각해봤다. 다 결핍이다. 하지만 황작가처럼 처절한 결핍은 아니었다. 다 어중간하다. 돈도 남에게 꾸러 갈 정도도 아니고, 못 배웠다고 할 정도의 지식도 아니고, 애정이 결핍된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다 어중간하다.

이게 문제다. 처절한 결핍이 없으니 내가 이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배불러서 하는 소리다. 실제로 배부르다.  이른 점심을 먹고 허전해서 라면 한 개는 너무 많은 듯 싶어 반으로 쪼개서 끓여 먹었다. 배부르다. 이제 배부른 소리를 해봐야 겠다.

 

오늘의 이야기는 사람을 살리는 손 -허준이다.

 

사람을 살리는 손 허준

 

 

 

호기심이 많은 아이 허준이 있었다. 슬프게도 허준은 서자였다. 서자란 첫 번째 부인이 아닌 사람에게서 태어난 아들을 말한다. 서자는 아버지를 '나리'라고 불러야 했고 높은 벼슬을 할 수도 없는 신분이었다.

양반의 자식이지만 양반 대우를 받지 못하는 슬픈 운명이다. 문제는 천민이 아닌 천민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슬픈 운명이여. 홍길동이 생각난다.

서자인 허준은 이런 신분적 제약 때문에 서당도 다니지 못하고 다른 아이들의 글 읽는 소리를 들으며 서당을 기웃거렸다. 땅바닥에 글자를 써 가며 글을 익혔다.

이 때 아이들에게 이런 상황이라면 이렇게까지 공부를 하겠냐고 물었다. 당연히 아니요. 뭐하러 공부해요. 안해도 되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요. 철없는 소리를 들으며 수업을 진행했다.

똑똑한 허준은 어른들의 입에 내리며 칭잔을 받았지만 이런 칭찬이 되려 허준에게는 독이 되었다. 이른바 왕따, 집단폭행을 당한 것이다. 동네 양반 자식들이 가만 둘 리 없다.

 허준을 괴롭히는 일은 밥먹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다.

슬픈 일은 연달아 일어난다. 어머니가 몹시 편찮으셨다. 열도 나고 기침도 많이 했다. 허준은 어머니와 함께 의원을 찾아갔다. 생전 처음 침을 놓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이게 허준의 인생을 결정짓는 일생 일대의 커다란 사건이 되었다. 허준은 의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다짜고짜 의원을 찾아가 의술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어디 의원 되는 것이 쉬운 일인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인데.

짜장면 집에서 일을 할라쳐도 양파까는 일부터 해야 한다. 미용실에서 일을 해도 손님들 머리 감기고 차 시중드는 허드렛일부터 해야 한다. 하물며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원이 되는 것인데 그보다 더한 바닥 다지기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의원은 허준에게 책 한 권을 던져주고 달달 외우라고 한다.

 

 

 

그 사이에 사연이 더 궁금하다. 서자인 허준에게 흔쾌히 의술을 가르칠 생각을 한 그 의원님이 대단한 안목과 인품을 지니신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허준은 수백 가지도 넘는 약재 이름을 달달 외웠다. 약초도 캐고, 약초의 효능에 대해 꼼꼼히 적어 두고 밤을 새도록 공부를 했다.

책이 너무 비싸고 귀한 시절 그 두꺼운 의서를 통째로 베껴 쓰며 공부를 했다. 필사를 한 의서를 읽는 데만도 또다시 몇 년이 걸렸다.

십수 년 후 드디어 의원은 허준에게 침 놓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자, 보아라, 이 손끝에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다. 침음 한낱 쇳조각이지만 그 속에는 의원의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한다.'

허준은 선생님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겼다.

허준의 의술은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허준의 뛰어난 의술은 금세 온 마을에 소문이 났다.

허준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다. 허준은 낮으넨 환자들을 돌보고 밤에는 새로운 의서를 구해 읽었다.

잠시도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허준은 서른에 내의원에 들어갔다. 내의원은 임금과 왕족의 건강을 돌보는 궁궐에 있는 의료 기관이다. 의사로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것이다. 이 때 허준에게 위기같은 기회가 찾아 온다. 왕자가 두창에 걸려 궁궐이 뒤숭숭했다. 내로라하는 의원들도 포기한 것을 허준은 찾고 또 찾아 왕자의 병을 고치게 된다.

허준의 정성과 열정으로 왕자가 병고침을 받고 일어난다. 임금은 당장 허준에게 '당상관'이라는 자리에 앉혔다. 당상관은 서자의 신분으로는 올라가기 힘든 높은 자리였다. 지금으로 치자면 보건복지부 장관쯤 되지 않았나 싶다.

이런 기쁨도 잠시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허준도 참 복이 없는 사람이다. 타고난 복은 어쩌지 못하나보다. 임금은 제대로 된 치료도 못받고 세상을 떠난다. 그 바람에 허준은 어의로서 할 일을 제대로 못했다는 죄목으로 멀리 귀양을 가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귀양길에 나와 눈물을 흘렀지만 허준은 이런 위기를 또 기회로 만드는 초긍정맨이었다.

귀양지에서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책을 쓰게 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두구두구두구 짜짠~동!의!보!감! 이었으니 이 책이 나오기까지 꼬박 16년이 걸렸다고 한다. 대단한 인내와 이타심을 가진 인물이 아닌가. 자신이 이렇게 노력한 것을 잘 누리지도 못할텐데.  열과 성을 다해서 동의보감을 완성했다는 것이 존경심 또 존경심이 든다.

자포자기하는 마음도 들었을 것이다. 나라면, 분노감도 들었을 것이다. 나라면.

하지만 허준은 나와 달랐다.

동의보감이 나온지 400여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한의사가 되려면 <동의보감>을 공부해야 한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은 책이라는 뜻이다.

그 당시에 MRI 나 CT 도 없던 시절에 사람의 인체에 대해서 이렇게 사실에 맞게 기록하고 치료법이 나왔다는 것이 서양 의학에서도 믿기지 않는다고 인터뷰하는 외국의 한 의사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우리 이런 나라 사람이야. 보지 않고도 본 것보다 더 정확하게 진료하는 나라. 세계에서 의료기술로도 손꼽히는 나라. 작지만 큰 나라. 인터넷이 잘 되는 나라. 배달도 잘 되는 나라. 의료보험료가 싼 나라. 우리나라 장점이 참 많은 나라다. 물론 단점도 많다. 하지만 그 많은 단점을 장점이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본다. 내가 다른 나라를 많이 다녀 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은 참 살만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장점을 잘 누리면서 단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물론 필요하고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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