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지기
레저의 끝판왕 세컨드 하우스 - 가평별장에서 본문
몇년 전부터 세컨드 하우스를 가진 친구 집을 방문하면서 '별장을 가진 사람보다 그의 친구가 더 행복하다'는 말을 하고 다니곤 했었다. 친구의 세컨드 하우스를 내집처럼 자주 드나들면서 중년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다 새로운 다른 별장을 초대받아 가게 되었다. 경기도 가평에 있는 곳이었다. 가평은 20대 때 몇 번 놀러 갔던 곳이라 익숙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가 아닌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 그다지 즐겨 찾는 곳은 아니었다. 난 산보다 바다가 좋다. 물놀이도 좋아하지만 바다는 해산물이 나오는 곳이라서 더 좋아하는 거다. 이제 바닷물에 발 담그는 것보다는 산속 계곡에 발 담그는 것이 더 시원하고 깨끗하다는 걸 알아버렸다. 이제 바다보다 계곡을 찾을 나이가 된 것이다. 평소 돌아다니는 것을 즐기는 체질은 아니지만 요새 들어 부쩍 돌아다닐 일이 자주 생긴다. 예전 같으면 귀찮다고 고사를 하고 말았겠지만 이제는 기회가 생기면 일부러 거절하지는 말자는 주의로 생각이 바뀌었다. 이 바뀐 생각에 의지하여 초대에 흔쾌히 응하여 2시간 정도 거리 차를 타고 갔다. 갈때까지도, 아니 거의 도착할 때까지도 별로 기대나 흥미는 없었다.


그 별장에 발을 들인 순간, 초대해줘서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화려하고 시원한 집이었다. 여름인데 에어컨을 켤 필요가 없었다. 높은 층고가 주는 개방감과 시원함. 평소 매체를 통해서만 보던 별장이었다. 이를테면 사장님들이 가지고 있다는 그런 별장 말이다. 초대하신 분의 남편이 사장님이긴 하다. 남편 선배님이 동아리 멤버들을 집으로 초대해 주셨다. 우리 부부 포함 15명 정도의 커플들이 그곳에 참석했다. 그전에 결혼식을 참석하고 뷔페로 배를 채운 뒤라서 난 더이상 먹을수도 없었다. 하지만 먹성 좋은 우리 멤버들은 도착해서 끝도 없이 먹어대는 것 같았다. 중간에 일을 마치고 진접역으로 오는 다른 분을 픽업하러 따가가기도 했다. 오가는 길이 20대의 나로 돌아가게 하기도 했었다. 그랬다. 20대 때 우리는 가평으로 자주 M.T를 다녔었다. 순간 대학시절로 돌아가는 느낌도 있었다. 물론 그때는 자가용이 없어서 기차로, 또는 걸어서 다니기는 했었지만. 그땐 젊음과 낭만이 있었고, 지금은 돈과 여유가 있다.


레저의 끝판왕은 이제 골프나 요트가 아니다. 세컨드 하우스, 별장을 소유하는 것이다. 일상을 마치고 별장에 가서 고즈넉하게 또는 지인들을 초대하여 왁자지껄하게 고기를 굽고 웃음을 나누는 것이 요즘 레저의 끝판왕이라고 한다. 맞다. 혼자 즐기는 골프나 스포츠가 무슨 즐거움이 있으리요. 자고로 우리 민족은 어울려서 음식을 나누고 웃고 떠드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기는 DNA를 가진 민족이다. 나도 이 민족의 일원인건 확실하다. 혼자 있는 것을 편안하게 생각하면서도 때때로 함께 어울려 노는 것을 그리워한다. 일부러라도 그런 자리를 찾아 다니거나 만들기도 한다. 밤늦도록 이어진 술자리는 별장 2층에 마련된 노래방으로 이어졌다. 별장 1층은 생활공간, 2층은 넓직한 노래방과 다른 생활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완전히 놀이를 위한 별장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새벽 4시까지 노래를 부르면서 놀았다. 체력이 약한 나는 3시 전에 내려왔지만 나머지 에너자이저들은 새벽 4시까지 고성방가가 이어졌다. 말 그대로 고성방가였다. 더이상 노래 감상이나 노래 실력 뽐내기가 아니었다. 그런 고성방가를 뒤로하고 나는 스스륵 잠이 들었다. 그 결과로 때아닌 여름 감기에 걸려서 3주를 고생했다. 이게 새벽 4시까지 잠 못들고 고성방가에 시달린 후유증이었다. 내게 또 하나의 즐거움과 감기몸살, 기억을 선사하는 여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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