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지기
[연극] 별은 낮에도 있다 관람후기 본문
몇년전부터 이상하리만치 내가 뭘 원하거나 하고 싶은 것이 있을때는 그것을 하게될 상황이 만들어졌다. 마치 절대자가 "너 이거 하고 싶었지. 그래 옜다." 하면서 상황을 만들어주는 기분을 여러번 느꼈다. 원하던 걸 이루게 되는 상황이 좋기도 하면서 살짝 불안해지기도 한다. 매일 매맞던 종놈이 하루 안 맞으면 불안하고 불편한 기분처럼.
여하간 리프레시를 하고 싶었다. 감정적으로 정서적으로. 몸도 아프고 맘도 아프고. 무엇보다 감정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이럴때 영화보다는 연극이 낫겠다 싶어서 언제 한번 연극이나 보러 가야겠다 하고 생각했다. 그냥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 하고 지인들과 하는 의례적인 인사나 관용어처럼 정말 언제 한번 연극을 보러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고 말았다. 하지만 내 의도는 아니었지만 꼭 내가 원하는 시간대, 날짜에 같이 연극보러 가자는 제안이 왔다. 주저주저하는 내 성격대로 가기로 했지만 도착하는 그 시간까지 망설이고 망설였다. 대학로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그곳에서 난 친한 사이로 지내고 싶은 분을 만났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휘낭시에를 직접 구워서 멤버들에게 대접해줬다. 각자 간식도 챙겨와서 나눠줬다. 내가 좋아하는 라떼도 주문했다. 내성적인 나와는 정반대 성격을 지닌 사람에게 난 끌린다. 오랜 세월동안 난 내성적인 인간으로 살아왔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도 그렇게 된다. 타고난 성격과 저질 체력탓에. 처음 본 분이긴 했지만 멤버를 리드하고 이끄는 모습에 존경심이 들었고, 직접 구운 정성 가득한 휘낭시에에 감동했다. 저절로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 분이었다.



이 형님과 오늘의 목적인 연극 <별은 낮에도 뜬다>를 보러 소극장으로 갔다. 정신지체 남자 주인공과 단기 기억 상실 여자 주인공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였다. 이미 설정 자체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리게 하는 설정이다. 감동을 주기에 필요충분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어느 부분에서였을까?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던 포인트가. 그러다 말줄 알았다. 한두번 흘리다 말겠지 싶었다. 안되겠다. 손수건을 꺼냈다. 접었던 손수건을 다시 펴서 반대편으로 닦아야 할 정도였다. 나중에는 약하게 꺽꺽대면서 울었다. 옆에 앉은 지인이 나를 보면서 멋쩍게 웃었다. 여기 저기서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몇몇 울지 않는 강심장들도 여기저기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울고 싶었다. 울고 싶었는데 정말 잘 만났다 싶을 정도로 한없이 울었다. 한동안 울고 났더니 정말 속이 게운했다. 뜻하지 않게 연극을 보게 된 것도 이렇게 마음을 치유하라고 하늘이 주신 기회인가 싶을 정도였다.


좌석도 앞자리였다. 배우들의 표정, 근육의 움직임까지도 디테일하게 볼 수 있고 오직 배우들과 나만 있는 느낌이 들게 몰입하기도 좋았다. 스토리는 탄탄했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도 나무랄데 없었다. 무엇보다 정신지체 남자 주인공의 섬세한 손놀림과 대사를 치지 않을 때도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자폐 연기는 감동이었다. 자폐스펙트럼을 보이는 이들의 높낮이가 거의 없는 일정한 언어톤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아직도 그 억양없는 오진우군의 대사가 맴도는 것 같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가야한다. 마음이 아플때는 좋은 연극이나 영화가 치료제가 되기도 하는것 같다. 대다수의 경우 난 책읽는 것으로 치유가 되고 해답을 찾기도 하는데 정말 많이 마음이 아플때는 책읽을 기운조차 없다. 이때가 그랬다. 가만히 앉아서 감상하는 연극은 떠먹여주는 치료제 같았다. 이제 그만 아파하라고. 이제 그만 울어도 된다고 연극을 보는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별은 낮에도 뜨고, 내 가슴에도 뜬다. 아파하느라 그 빛나는 작은 별을 못보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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