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지기
영국 명화 찻잔 찾아 삼만리 본문
대천에 갔다. 그 곳에서 오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대천항에서 매운탕과 해물탕으로 아침겸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수순에 의하여 커피숍으로 갔다. 그리 화려하지 않은 커피숍이었다. 이른 시간이라 손님은 우리뿐. 커피만 주문하고 나왔어야 했다. 주변을 둘러보지 말고.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카페를 훑어보다 진열된 앤틱 미니찻잔을 보게 되었다. England라고 각인된 미니 명화 찻잔이었는데 본 순간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에스프레소잔으로 사용 가능한 아주 작은 잔 안쪽에 영국 명화가 프린트되어 있었다. 어디서 구매했는지 물었더니 해외에서 중고로 구매했다고 했다. 내게 팔 수 있는지 묻고 싶은 맘을 꾹 누르고 집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모든 사이트를 동원해서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그 찻집에서 봤던 중고 미니 찻잔은 아무리 노력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아쉬운대로 일반 사이즈 찻잔이라도 사야했다. 그때부터 나를 달래기 시작했다. 그래. 난 에스프레소는 안 마시잖아. 차라리 일반 찻잔이 더 나을지도 몰라. 하면서 아쉬움을 달래고 그렇게 명분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반 찻잔도 오래 전에 판매 종료된 글들만 게시되어 있었다. 소리없는 메아리인줄 알지만 난 이미 오래 전에 판매 종료된 주인장들에게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어떤 사이트 누구에게 보냈는지 다 기억은 안난다. 명화 찻잔을 올린 모든 블로거에게 전부 보냈다. 그 중 몇개는 아쉽게도 단종되었다는 답글이 왔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온 답글에 단종이 되었지만 또 판매가 가능하다는 대답이 왔다. 난 뛸듯이 기뻤다. 가격이 얼마든 사겠다고 했다. 제시한 가격은 몇만원대였다. 채팅이 오고 가면서 시간은 새벽3시가 다 되어 갔다. 늦은 시간에 답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괜찮아요. 여긴 영국이라서요.' 뜨아~ 내가 영국 명화 찻잔을 찾아서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까지 수소문해 이 새벽까지 채팅을 하고 있구나. 나도 참. 그렇다. 난 한 가지에 빠지면 끝까지 파는 성향이 있다. 질릴때까지. 통달할때까지. 오로지 그것만 생각한다. 원하는 목표를 얻을 때까지. Postage까지 지불하고 늦어도 1.5~2주면 도착한다고 했다.


난 내 맘대로 10일 안에 도착하겠거니 했다. 그건 내 생각이었다. 1주일, 2주일. 내가 정한 마지노선인 꽉 찬 2주일을 넘기고 그때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주소를 잘못 기재했나? 그 영국 블로거가 혹시 사기꾼은 아닌가? 난 돈만 날린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문과 불안함이 가중됐다. 급히 메일을 보냈다. 답변은 없었다. 하루, 이틀.... 그러다 늦은 답변이 왔다. 물건을 택배사에서 안가져갔댄다. 속에서 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는 말이 "영국이 그래요." 영국은 그렇단다. 새삼 배달의 민족인 우리나라가 이렇게나 선진화된 나라였구나 했다. 난 또 한번 넘어가는 숨을 참고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도착한 택배물은 크랙 하나 없이 잘 도착했다. 내가 기대했던것보다 물건은 투박했다. 명화 그림도 거칠었다. 손잡이 그립감도 상당히 불편했다. 약간 실망했다. 3주간의 기다림에 비하면 여러모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잘 세척해서 건조대에 넣으면서 또다시 하나마나한 결심을 했다. 이제 찻잔은 그만 사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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