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지기
감성돔 생물을 집에서 회떠서 맛보기 본문
사람의 한계는 도대체 어디인가? 겁도 없이 회를 뜰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했었다. 그때까지만해도 정말로 내가 회를 뜨게 될 줄은 몰랐다. 10여년전 양식조리사 자격증 준비를 할 적 독학으로 영상을 보고 생선 포를 뜨는 연습을 했었다. 내 모든 공부가 독학이다. 기본적으로 난 남들보다 머리로 하는 공부는 빠르게 습득하는 편이다. 고로 기본서만 있으면 독학으로 모든 수험 준비가 가능하고 지금의 이 자리도 독학으로 올라오게 된 것이다. 또 손으로 하는 건 남들 하는 것만 보고도 금방 따라하는 재주도 가지고 있다. 식당에서 처음 먹어본 음식도 그보다 더 퀄리티 높게 만들어 음식을 내놓기도 한다. 이런 내게도 함정이 있었다. 생선 포뜨기와 회를 뜨는건 약간 다른 문제라는 걸 그때까지만 해도 난 몰랐다. 생물 감성돔이 얼음에 쌓여서 배달되었다.


정말 리얼 싱싱한 횟감용 생선이었다. 오랜 기억을 더듬고 영상을 다시 한번 시청하고 회 뜨기에 돌입했다. 방법은 포뜨는 것과 비슷한데 문제는 포뜨기용 생선과 횟감용 생선은 탄력과 힘이 완전 달랐다. 남들보다 훨씬 떨어지는 체력과 힘으로 탄탄한 감성돔 회를 뜨는 것은 거의 극기에 버금가는 힘이 필요했다. 감성돔의 뼈는 어찌나 단단하고 억세던지. 생선 대가리를 쳐내는 것부터가 내게는 일이었다. 일식집 주방장이 남자인 이유를 알았다. 생선 한 마리라고 우습게 알면 안된다. 생선을 손질하는 것은 힘을 쓰는 일이었다. 마치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의 노인처럼 체력 약한 내게는 물고기 한 마리와의 사투와도 같은 것이다. 육질이 단단한 감성돔은 명성만큼이나 손질하기 힘들었다. 먼저 생선 대가리를 쳐내고, 가시보다 더 무서운 지느러미를 가위로 잘라냈다. 이 지느러미가 어찌나 억세던지, 지느러미라기 보다는 나뭇가지를 가위로 잘라내는 느낌이었다. 잘 갈린 칼 덕분에 살을 떠내는 부분은 비교적 수월했다. 이제 마지막 껍질을 벗기는 단계였다. 영상에서는 눈깜짝할 사이에 벗기던데 왜 내겐 난코스처럼 느껴지는지. 사투를 벌인 끝에 숭덩숭덩 썰어서 초장에 찍어 회를 먹었다. 아~ 이 단단하면서 쫄깃한 식감을 어쩌란 말이냐. 이래서 회뜨는게 힘들었구나. 그 힘듦을 감내하고라도 회뜨기를 할 가치가 있구나. 그동안 내가 먹은 광어회는 회가 아니었구나 하는 자괴감까지 드는 맛이었다. 그만큼 탄력있고 식감이 살아 있었다. 시메해서 하루 전날 택배로 보낸 것인데도 지금 바로 잡은 생선 같은 신선함은 또 어쩌란 말이냐. 육수에 남은 뼈와 생선 대가리를 넣고 끓여서 지리를 만들었다.


원래는 지리를 만들 생각이 아니었는데 중간에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은 순간, 아~ 저절로 지리가 만들어져 버렸다. 생선이 가진 깊은 맛이 있어서 별다른 양념이 필요없이 진한 맛을 내는 감성돔 지리탕이 되어버린 것이다. 신세계를 맛보았다. 광어회 매니아인 내가 이제부터 광어에서 감성돔으로 전환하는 쿠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맛이한 것이다. 그 이후로 계속 감성돔 생물을 주문해 집에서 몇번 회를 뜨기 시작했다. 감성돔 회를 뜰 수 있으면 그 어떤 회도 쉽게 뜰수 있다. 그만큼 감성돔은 힘과 힘조절이 필요한 회뜨기였다. 무심코 뱉어버린 내 말에 맛난 감성돔을 맛보게 해주고 싶어하는 친구가 보낸 생각지도 못한 택배였다. 난 그 택배를 받기 전에 거리두기를 통보했고, 그 이후에 택배가 온 것이다.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다. 그랬다. 우리는 항상 어긋나기만 했다. 타이밍이 맞아 들어가는 때에도 누군가가 나타나서 방해를 하고 그 모해에 넘어가 지금까지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운명을 믿지 않는 내가 운명을 말한다. 이제 나도 운명에 기대고 힘을 빼보려 한다. 운명에 저항하기엔 난 힘이 너무 많이 빠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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