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지기
명성산 억새축제와 단풍구경으로 시원한 폭포까지 본문
10월의 마지막주에 명성산 등반을 했다. 서울에서 두시간 거리에 있는 포천 명성산이다. 가까운 거리임에도 나에게는 첫 산행이었다. 일행은 이미 여러번 오른 느낌이었다. 나에게 이번이 명성산 몇번째 등반이냐고 묻는걸 보니 말이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오히려 가까운 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산이 있었다니. 가을 단풍이 울긋불긋하게 물들기 시작하고 계곡의 물은 가득하고 졸졸 흐르는 계곡물을 보면서 왜 진작에 이곳을 오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다음에는 여름에 한번 와보고 싶었다. 계곡물의 절정을 이루는 비선폭포는 장관 그 자체였다. 먼저 산정호수 상동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명성산 억새축제라는 아치형 간판이 새겨진 곳으로 진입을 하면 더이상 길을 찾을 필요도 없이 사람들이 올라가는 길을 따라서 사람만 보고 가면 된다.
주말이라 단풍 구경 나온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뒤에서 오는 사람이 있어서 천천히 가기도 어려웠다. 정상까지 가야 등산이 아니고 주변에 예쁜 단풍 구경도 하고 졸졸 흐르는 계곡 물소리를 듣고, 아래로 내려가서 물에 손도 담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일행은 정상을 찍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앞뒤 안보고 앞으로 앞으로. 혼자 가게 된다면 절대 그렇게 앞만 보고 가지 않으리라. 일상을 벗어나서 우리가 산을 오르고 단풍 구경하는 이유가 앞으로 전진하기 위함이 아니다. 난 힐링을 하고 싶었다. 계곡물 소리, 바람소리, 흔들리는 단풍들의 움직임. 차가운 계곡물 느낌을 오감으로 다 느껴야 난 산을 올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억새밭을 가는 목적이 있었다. 신기하게 억새밭은 거의 정상에 있었다. 보통 억새는 습지나 아래쪽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명성산은 거의 정상에 억새밭이 펼쳐져 있었다. 정상에 올라서 사방으로 펼쳐진 억새밭을 보니 힘들게 올라온 보람은 있었다. 전문 산악인들 입장에서 보면 명성산을 아주 쉬운 코스라고 한다. 그래서 전문 산악인들은 오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난 산악인이 아니고 단풍놀이 나온 관광객이다. 여름이라면 비선 폭포에 발도 담가보고 싶었다. 억새밭까지 오르고 내려오는 길이 더 험난하게 느껴졌다. 올라갈때는 앞만 보고 가느라 이렇게 바위가 많았었나 싶을 정도로 울퉁불퉁한 바위가 많았다.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뎌서 튀어 올라온 바위에 엉덩이 뼈라도 부딪히면 대형 참사가 일어날거 같았다. 불안한 마음에 더욱 몸에 긴장을 하다보니 더 힘들게 느껴졌다. 내리막에다 바위가 많아서 무릎관절에 충격이 상당히 느껴졌다. 때문에 산을 오르느라 힘듦보다 내려올때 관절의 충격이 더 크게 느껴졌다. 힘들게 산을 내려와서 산정호수 근처에 있는 산호식당에서 더덕구이 정식을 먹었다. 무엇보다 맛있었던 것이 사각 접시에 담긴 12가지 나물반찬이었다.
12가지가 주는 수량에도 놀랍지만 모든 만찬이 간이 딱 맞고 맛이 있었다는 게 더욱 감동이었다. 보통 관광지를 가면 밑반찬은 별 맛이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집은 달랐다. 오히려 메인인 더덕구이보다 밑반찬이 더 맛있었다. 갓 무쳐나온 도토리묵은 또 어떤가. 모든 반찬이 다 맛이 있었다. 식후에 산정호수 주변의 데크 길을 걷다가 호수를 끼고 있는 까페에서 까페라떼를 마셨다. 커피의 양은 종이컵의 절반 밖에 안됐다. 애개게. 왜 이렇게 주다 말았지? 일행의 까페라떼도 동일하게 종이컵의 절반이었다. 여기는 라떼의 양을 적게 주는 집인가 보다. 3시간 가량 명성산을 올랐던 탓에 산정호수를 한바퀴 도는데 상당히 힘이 들었다. 명성산 등반과 산정호수 둘 다 가는 것은 상당히 내 체력상으로 부담이 되는 일정이었다. 평소 운동을 안해서 그렇다는 잔소리를 들으며 다음날 근육통에 끙끙 앓기도 했다. 하지만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그날의 단풍과 계곡 물소리 맛난 식사를 생각하니 올해의 가을을 의미있게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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