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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손원평 저자)를 읽고 독후감 쓰기

달콤지기 이작가 2022. 12. 1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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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학교에서 학부모 대상으로 독후감 쓰기 대회를 했다. 새 책도 선물 받고 독후감을 써서 내면 상장과 상품도 준다고 했다. 이런 기회를 내가 놓칠소냐. 난 이런 기회를 참 좋아한다. 나름 글쓰기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름 정성들여 독후감을 써서 제출했다. 당연히 최고상을 받을 줄 알았는데, 완전 실망이 컸다. 수상 대상에는 포함이 되었지만 최고상이 아니라 많이 섭섭했다. 하지만 이게 내 실력이라고 생각하고 만족하기로 했다.

'아몬드'를 읽고 (독후감)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아몬드라는 작품의 말미에 나오는 부분이다. 난 이 대목에서 커다란 바위가 가슴에 쿵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감정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얼마나 간사하고 한없이 경박한 것인가. 작가는 주인공 윤재의 입을 통해 그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희노애락오욕’이라는 감정이 진실한 것인가. 실체가 있는 진짜인가 라는 질문을 내게 끊임없이 하게 했다. 인간만이 세밀한 감정을 느낀다고 배웠다. 그것만이,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차별화된 우월함이라는 듯이.
선천적으로 편도체가 작아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가 나온다. 윤재는 정상이 아니다. 더 정확이 말하자면 다수의 사람들과 다르다. 그래서 사이코패스, 로봇이라는 놀림을 받는다. 글 속에 빠져들수록 주인공의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아무 감정이 없고, 무미건조한 삶이라 여겼다. 한편으로는 오히려 더 편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니 상처받을 일도, 분노할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엄마의 비극 앞에서도 담담하게 견뎌낼 수 있는 경지였다.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거추장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앞날을 헤쳐 나가는데 감정이라는 발목에 잡혀 허우적거릴 때가 얼마나 많은가. 배신과 실연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시간, 숱한 감정의 터널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해매였던가. 아이러니하게도 그 감정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게 한다. 심박사의 표현처럼 머리란 생각보다 묘한 놈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한마디의 언어로 표현하기도, 단정 짓기 어렵고 애매한 것이 우리네 감정이다. 머리에서 신호를 보내는 반응을 감정, 즉 가슴으로 느낀다고 표현한다. 어쩌면 가슴이 먼저 느끼는 것을 뇌로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이분법적 사고를 하게 만들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느끼는 감정을 그렇지 못한 주인공과 대비시켜 가면서 역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마지막까지 이분법적 구도로 집요하게 끌고 가는 작가의 입심도 대단했다.
감정이란 한없이 가벼운 바람 같은 것이라고 치부하면서도 그 ‘감정’이 친구를 위해 기꺼이 생명을 내어놓을 수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흔하디흔한 공기 같은 것 말이다. 너무 흔해 소중함을 모르지만 실상은 그것만이 우리를 살게 만들어 주는 것이 공기인 것처럼. 감정 또한 너무 경박하고 가벼운 것이지만 그것만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생명 같은 것이다. 윤재는 감정 발달이 상당히 더딘 아이였다. 하지만 그의 감정은 진짜였다. 친구를 위해 자신의 몸도 기꺼이 내어 줄 수 있는, 행동과 가슴이 함께 움직이는 진짜 감정이었다. 그 ‘진짜’ 감정에 하늘도 감동했다. 식물인간이었던 엄마가 일어난 것이다. 윤재의 진짜 감정은 하늘도 감동시키는 기적을 만든 셈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이 때 통한 것이다. 뇌의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아몬드’ 모양의 편도체는 감정을 의미한다. 즉, 우리의 삶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감정이다. 오래간만에 가슴 저리게 하는 책을 만났다. 또한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기인 내 자녀들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여기까지가 내 독후감 제출 내용이다. 아쉬움이 있지만 덕분에 책을 읽을 기회를 주어서 감사하다. 또 이런 기회가 있으면 도전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현재로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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