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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상

코로나19로 인한 멈춰 버린 일상

달콤지기 이작가 2020. 3. 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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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색을 빼버리면 이런 모습일까? 지금 상황이 그렇다. 컬러풀한 세상이지만 흑백영화의 한 장면처럼 멈춰버린 기분이다. 내 마음만 그런걸까. 아닐것이다. 그건 분명하다. 사람들이 활기가 없다. 사람 곁으로 사람이 다가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피하게 된다. 혹여나 버스에서 빈 옆자리에 누가 앉을까 살짝 불안한 마음을 느끼기도 한다. 다행이 승객이 내 옆자리를 스쳐 뒷자리에 가서 앉게 되면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조용히 내쉰다. 웃픈 현실이다. 누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

행여나 자고 일어난 어린 아이들이 얼굴에 미열이라도 있으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면역력을 기르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돈을 식비에 지출하고 있다. 더 잘 먹여야 하고, 평소 손도 안 대던 비타민도 두 병이나 주문해서 꼬박꼬박 먹이고 있다. 아이들도 부모 마음을 아는지 알아서 멀티비타민을 챙겨 먹는다. 면역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학원이 휴원을 했다. 학원비가 절약되었다. 대신 식비가 엄청 늘었다.  어제 대구에서 17살 감염자가 사망했다.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감염사실을 안 지 며칠도 안 되서 일어난 일이다. 17살이었으니 당연히 기저질환도 없었을텐데, 빨리 코로나19가 사라져야 한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1시간 동안 줄을 서고 그날 부터 증상이 나왔다고 한다. 대구였으니 그 길게 늘어선 줄에서 분명 감염자가 섞여 있었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전염병이 무섭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쇄적으로 전염이 되니 말이다.  버스를 타고 퇴근하는 길에 아직도 약국 앞에서 길게 늘어선 줄을 쉽게 볼 수 있다. 멀리서도 긴 줄이 늘어서 있으면 그것은 보나마다 약국 앞이다. 마스크를 사기 위한 줄이다. 길고 긴 방학이다 보니 부모를 대신해 청소년들이 줄을 길게 늘어선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주로 노인층이나 청소년들이 줄을 서 있다. 아무래도 성인들은 생업에 매달려야 하니 줄서는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집에 있는 아이들은 이제 한계에 다다른거 같다. 늘어난 방학은 더이상 반가운 것이 아니다. 친구가 그립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다.  겨우 세상 구경하는 것이 아빠 차를 타고 잠깐씩 동네 볼 일보러 갈때 동승하는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것인데도 아이들은 그것이라도 꿀처럼 달게 느낀다.

 

오늘은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린다고 지자체에서 경보 문자가 왔다. 아직 비는 안 오지만 바람은 제법 분다. 강풍에 간판이 날릴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고 문자가 왔다. 이 대목에서 박완서 작가의 '자전거 도둑'이 생각난다. 주인공 수남이가 자전거를 훔친날이 바로 오늘처럼 강풍이 불었다. 그 바람에 간판이 떨어져 지나가는 행인을 덮친 부분도 나온다. 강풍에 간판이 날아가는 뉴스 기사를 볼 때마다 항상 생각나는 책이다. 간판이 날아갈 정도의 강풍이 불진 않았지만 제법 센 바람이 안그래도 을씨년스러운 날씨를 더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고 하지 않은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이땅에도 봄은 왔다. 담벼락에 피어오른 담쟁이 넝쿨과 이름 모를 노란 꽃이 봄이 왔다고 알리고 있었다. 눈시울이 시렸다. 봄은 왔다. 여기저기 봄이 왔다고 알리고 있었다. 노란색 산수유 꽃이 피었고, 철쭉이 꽃망울을 머금고 있었다. 키 큰 목련도 수줍은 색시처럼 하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봄을 알리는 꽃들이 피어나고 있는데, 거리는 한산하기 그지없다. 걸어다니는 사람도 없다. 문을 열 상점도 활기를 잃었다. 손님이 북적거려야한 점심시간. 식당들은 문을 열었는지 안쪽을 자세히 살펴봐야 할 지경이다.

 

2달 가까이 이어진 전염병은 안그래도 불경기인데 경기흐름을 꽁꽁 묶어 버렸다. 올해가 빈부의 격차가 더 심해질 거라고 한다. 좋은 소식보다는 안좋은 소식들로만 가득차 있다.  돈이 다 어디에 있을까? 가진 사람은 가진 사람대로 돈을 손에 쉬고 있다. 없는 사람은 없어서 돈을 쓸 수가 없다. 말그대로 돈맥경화가 일어난다. 돈이 돌지를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생존을 위한 식비 외에는 돈쓰는 것이 두렵다. 앞으로 상황이 어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지출을 최대한 통제하는 것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정부에서 코로나 19를 통제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르는 사실이지만 외신이나 보도를 보면 한국의 전염병 통제는 모범적이라 할 정도로 잘 통제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백명의 확진자가 나오지만 외국의 사례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대응을 잘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과 기술력, 그리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외국에서는 높이 평가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희망이 있다. 이런 성공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외국에서도 배우려고 몰려들고 따라 한다고 한다. 전염병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하는 전염병이 또 생길 것이다. 우리는 그럴 때마다 대처 방법을 잘 알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아프면 쉰다'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정부에서는 말한다. 이미 괄목할만한 경제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사람들은 항상 결핍을 느낀다. 그것이 상대적 결핍이든 절대적 결핍이든간에 사람들은 만족하지 못한다. 그것이 미래 지향적으로 살아온 우리의 모습이다. '아파도 일한다'에서 '아프면 쉰다'로 트렌드가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어려운 시절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아프면 쉬기 보다는 아파도 참고 일했다. 아프다고 내색도 못했다. 주위에서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프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 그것이 다른 사람을 위한 길이고 나를 위한 길이다. IMF보다 더 경기가 어렵다고 한다. 자영업자들이 더욱 힘든 이 시대에 우리는 정부의 지침을 잘 따르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화해서 이땅에서 코로나19를 빨리 몰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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