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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상

32회 공인중개사 시험 절반의 합격

달콤지기 이작가 2021. 12. 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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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일. 두구두구두구..... 공인중개사 시험 발표일이다.

가채점을 한 결과 평균 60점으로 나왔다. 총점 120점, 1점의 여유도 없다. 운 나쁘면 불합격할 수도 있는 불안한 점수였다. 일명 신의 점수라는 딱 커트라인이다. 공인중개사 준비 카페에서는 다들 합격 문자가 왔다고 글이 올라왔다는데 난 아무 문자가 없어서 혹시 떨어졌을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으로 큐넷을 접속했더니.... 아... 접속하는 짧은 그 시간조차도 어찌나 초조한 지. 시험은 큰 시험이든 작은 시험이든 결과를 기다리는 그 순간의 떨림은 모두 비슷한거 같다. 공인중개사에 관심이 없던 내게 남편이 권유했다. 난 싫다고... 공인중개사같은거 안할거라고.... 몇년을 버티다가 결국 남편의 성화에 못이겨서 공부를 시작했다.

사실, 정말 우습게 생각하고 도전했다. 동네 널린게 공인중개사 사무실이라... 이런거 내가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쉬운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공부를 시작하니... 책의 두께에 숨이 넘어갈 정도였다. 무슨 책이 이렇게 두꺼운지... 돈 벌어먹을려고 엄청 책을 두껍게 만들었네싶었다. 하지만 공부를 해보니 공인중개사 시험의 양이 엄청나게 방대했다. 난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경우라 2년의 기간을 잡았다. 1차 합격후 내년도에 2차 합격을 목표로 삼았다. 이 방대한 양을 공부하려면 그럴수 밖에 없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주말과 아침2~3시간정도... 이 아침 시간도 불규칙하다. 사실 주말과 공휴일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도 말했다시피 공인중개사 시험을 우습게 안 나는 7월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8월, 9월에 들어서니.... 이제 마음은 타들어갔다. 아~~ 내가 왜 더 일찍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을까. 무슨 자신감으로 이제야 시작했나. 후회에 후회가 몰려왔다. 1달만 더 일찍 시작했다면... 간절하게 시간이 더 필요했다. 아니 출근하지 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부할 여건만 된다면....

기본서를 2번정도 빠르게 보고, 기출 문제 3회독, 그 다음에 모의고사 (2회독)를 풀었다. 모의고사는 진짜 시험보는 것처럼 시간까지 재면서 봤다. 결과는 참담했다. 한번도 평균 60점을 넘은 적이 없었다. 10회에 걸친 모의고사 시험에서 말이다.

난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강의 듣는걸 패스했다. 강의 듣는 시간조차 내게는 사치처럼 느껴졌다. 기본서와 문제집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민법... 아... 민번 네 이놈!!! 너를 가만두지 않겠다. 매번 민법이 내 발목을 잡았다.

남편이 강의를 듣지 않아서 이렇게 힘들어하는 거라고 했다. 남편에게 화풀이, 스트레스를 만땅으로 받은 걸 다 풀어냈다. 니가 시켜서 내가 이꼴이 됐다고.

공부는 자발적으로 해야 하는데 난 시작도 하기 전부터 억지로 끌려와서 시작했다. 이렇게 어려운, 아니 공부양이 방대한 시험을 말이다. 1차를 준비하면서 고생한 만큼 합격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이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서 떨어져도 할 말이 없겠다 싶은 마음이 매 순간 교차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 것을 1차 합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차를 또 공부해야 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시험 1주일전부터는 자포자기 하는 마음으로 지냈다. 차라리 떨어지면 내년에도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어리석은 계산도 앞섰다.

남편은 저렇게 잠잘거 다 자고 되겠냐고 잔소리. 마지막 일주일이 얼마나 중요한데 1주일을 이렇게 탕진을 하느냐고... 1주일 사이에 공부한걸로 몇 문제는 더 맞히겠다는둥의 잔소리를 해대고, 난 그 모든것을 뒤로 하고 잠만 잤다.

가장 자신없는게 민법도 민법이지만 부동산개론의 계산문제도 참 큰 문제였다. 계산문제가 8문제나 된다. 점수로는 20점,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계산 문제를 버릴 수가 없었다. 계산문제는 외울 것도 많고 약간의 응용이 들어가면 식을 세우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난감함 그 자체였다. 1차에서 떨어지면 이게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남편도 거기에 동의했다. 1차에서 떨어지면 이제 그만두라고. 나도 더이상 중개사 자격증에 목을 메고 싶지 않았다.

시험을 보고 집에 오는데 왜이렇게 자신감이 드는지.... 가답안 나오기만을 기다렸다가 가채점을 했다. 총점 120점, 딱 평균 60점이었다. 이게 참 불안한 점수였다. 가답안에 한 문제라도 오류가 있거나 마킹을 조금이라도 실수했다면 그걸로 불합격이기 때문이다.

반은 포기하는 마음, 반은 기대하는 마음으로 한달을 놀았다. 12월 1일, 큐넷에서 합격이라는 통보를 보게 되었다. 예상했지만 그래도 공신된 기관에서 확실하게 합격이라고 표기된 것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기뻤다. 하면 되는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내가 포기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1차 합격의 기쁨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아직 또 2차를 향해 가야 한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은 정말 컸다. 어떠한 종류의 합격이든 합격은 기분좋은 것이다. 인내는 쓰나 열매는 달다고 했던가. 정말 달았다.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다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2차를 향해 열심히 달려야겠다. 2차때는 1차처럼 빠듯하게 하지 않고 고득점을 할 수 있도록 정말, 정말로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오늘 본 마음에 남는 글귀가 있다. 더디 가는 것을 염려하지 말고 멈추는 것을 염려하라. 참 좋은 말이다. 성질급해서 좋을것 하나도 없다. 차근차근 하나씩 해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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