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지기
부의 추월 차선- 뒤늦은 독서 리뷰 본문
돈 꽤나 벌었다는 사람들이 너나없이 앞다퉈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어서 리뷰를 한다. 하나같이 하는 말중에 하나가 독서를 많이 했다는 것이다. 그중에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몇년전에 신간이 나왔길래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그때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러다 몇년이 지나고 유튜브에서 재테크 관련 동영상을 보면 서로 짜기라도 한 듯이 '부의 추월차선'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여전히 두번째 독서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인기도서답게 대기자가 많아서 한참을 기다린 후에 대여를 할 수 있었다. 기다린 후에 읽은 책이라 더 집중해서 읽었다.
거의 하루만에 한권을 다 읽었으니 내용도 그렇거니와 번역을 잘했는지, 엠제이 드마코가 책을 잘 썼는지... 상당히 깊게 몰입이 되었다. 책 내용중에 이집트 파라오가 그의 조카 추마와 아주르를 불러 피라미드를 완성하면 왕자의 자리와 수많은 재물과 함께 은퇴할 수 있도록 해주며 여생을 호화롭게 살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다만 반드시 피라미드를 혼자서 건설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동갑내기인 추마와 아주르는 그 엄청난 일을 다 마치려면 몇 년이 걸리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럼에도 파라오의 지시를 받은 사실에 영광스러워 하며 도전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파라오의 집무실을 나와 장기간 피라미드 건축 작업에 돌입했다. 아주르는 즉시 일을 시작했다. 크고 무거운 돌들을 끌어다가 천천히 사각 대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몇 달이 지나자 아주르의 피라미드는 토대를 갖추었다. 마을 사람들은 아주르의 건축물 곁에 모여들어 그의 솜씨를 칭찬했다. 돌은 너무 무거워서 움직이기 어려웠지만 1년에 걸친 고된 노동 끝에 아주르는 완벽한 사각 대형을 거의 완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추마의 피라미드가 서야 할 자리는 계속 공터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옮겨진 돌이나 다져진 기초도 보이지 않았고 날리는 먼지조차 없었다. 그 곳은 파라오가 지시를 내렸던 1년 전과 다를 바 없이 황량했다. 추마는 헛간에서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추마는 아주르에게 "아주르, 너는 부자가 되겠다는 욕심 때문에 눈이 멀어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있어. 너는 네 피라미드나 신경 써, 나는 내 피라미드에 신경 쓸 테니." 아주르의 비아냥을 뒤로 하고 추마는 계속해서 헛간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또다시 한 해가 지나자 아주르는 피라미드의 기초를 마무리하고 다음 층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생겨 일을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돌이 너무 무거워서 피라미드의 두 번째 층까지 끌어올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신체적 한계를 느낀 아주르는 자신의 한계점을 깨달았다. 더 무거운 돌을 옮기려면 더 강한 힘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주르는 근육을 키우기 위해 돈을 주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그 사이 추마의 피라미드 부지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또 한 해가 가고 아주르의 피라미드 건축 속도는 더욱더 느려져 도무지 진척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돌 하나를 옮기는데 한 달이 걸릴 때도 있었다. 더 높은 층으로 옮기려면 엄청난 힘이 필요했으므로 아주르는 대부분의 시간을 운동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아주르는 가진 돈의 대부분을 체력 단련에 필요한 자문료를 내고 건강식품을 구하는 데 쓰고 있었다. 아주르는 지금의 건설 속도로 미루어 보면 피라미드가 다 지어지려면 30년은 걸리겠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아주르는 당황은커녕 이렇게 외쳤다. "앞으로 3년 후면 추마는 내 피라미드를 따라잡으려야 따라잡을 수 없을 걸, 아직 돌 하나도 쌓지 못하는 바보 같으니!"
그러던 어느 날, 아주르가 무거운 돌을 피라미드 위로 끌어올리고 있는데 광장 쪽에서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추마는 지지대, 바퀴, 지렛대, 밧줄 등이 복잡하게 얽힌 25피트에 달하는 거대한 기계를 천천히 옮기고 있었다. 추마가 떠들썩한 군중을 뚫고 마을을 가로지를 때 아주르는 두려움을 느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아주르가 느낀 두려움은 현실이 되었다. 겨우 몇 분 안에 추마가 만든 희한한 기계는 무거운 돌을 번쩍 들어올려 피라미드의 기초를 쌓기 시작했다. 기계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돌을 하나씩 하나씩 가볍게 옮겼다. 믿을 수 없게, 기계는 추마의 조작외에는 다른 어떤 노력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밧줄과 기어 장치에 연결된 바퀴를 돌리기만 하면 무거운 돌들을 마술처럼 빠르게 옮길 수 있었다. 아주르의 피라미드는 기초를 쌓는 데 1년이 꼬박 걸렸는데, 추마의 피라미드는 일주일이 걸렸다. 아주르를 애먹였던 두 번째 층 전체를 아주르보다 30배 빠른 속도로 쌓아 올렸다. 아주르가 2개월에 한 일을 추마의 기계는 이틀 만에 해냈다. 40일이 지나자 추마와 추마의 기계는 아주르가 3년간 해 놓은 고된 작업을 고스란히 따라잡았다. 아주르는 그대로 무너져 버렸다. 아주르가 무거운 돌을 옮기느라 몇년을 보낸 반면 추마는 그 일을 대신해 줄 기계를 발명한 것이다. 이 대목을 읽을 때 아주르처럼 내 마음도 무너져 버렸다. 어리석은 아주르가 아니라 어리석은 나의 모습을 이 일화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 난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했는데 결과는 왜 이런가.... 이런 말을 할 것이 아니다. 나는 아주르였던 것이다. 아주르는 내 관점에서 보면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했다. 그러다 체력이 떨어지면 돈을 들여 운동을 하고 몸에 좋은 것을 먹으면서 또 열심히 달렸던 것이다. 이런 방법은 부의 서행차선을 걷는 것이다. 부자가 되려면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타야 하는 것이다.
추마가 기계를 이용해 작업을 이어가는 동안 아주르는 고된 노동을 계속해 나갔다. 8년이 지나 추마는 26세의 나이에 피라미드를 완성했다. 시스템을 만드는데 3년이 걸렸고, 시스템을 사용해 효과를 거두는 데 5년이 걸렸다. 파라오는 기뻐하며 추마에게 왕자의 지위와 엄청난 재물을 내렸다. 추마는 평생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었다. 한편 아주르는 기본의 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작업에 매달렸다. 돌을 옮기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힘을 기르기 위해 돈을 쓰고, 또 돌을 옮기고, 힘을 기르고, 슬프게도 아주르는 자기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같은 과정을 감내했다. 감당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를 때까지 무거운 돌을 옮기고, 힘을 키워서 더 무거운 돌을 옮겼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아주르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의 추월 차선을 한페이지로 요약하면 이 피라미드 일화와 같은 것이다. 아주르는 서행차선을 걷는 모든 사람들의 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행차선을 걷기 때문에 이것이 올바른 모범적인 방법인냥 살아왔던 것이다.
아주르는 결국 파라오에게 약속한 피라미드를 완성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 대신 일할 시스템을 고안하는 데 집중해야 할 시간마저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아주르는 피라미드의 열두 번째 층을 쌓다가 심장마비로 죽었다. 두 층만 더 쌓으면 완성이었다. 아주르는 파라오가 약속한 재물을 손에 쥐어 보지도 못했다. 한편 추마는 호화로운 왕관을 쓴 채 남들보다 40년 일찍 은퇴한 후 인생을 즐겼다. 자유 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던 추마는 이집트의 가장 위대한 학자이자 발명가가 되었다. 그는 죽어서 자기가 지은 피라미드 안에 파라오와 함께 묻혔다. 서행차선에서는 당신이 직접 돌을 들어 올린다면, 추월차선에서는 당신 대신 돌을 들어 올릴 시스템을 구축한다.
그렇다. 부의 추월차선은 나 대신 돈을 벌어들일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내가 자는 동안에도 노는 동안에도 돈을 벌어들이는 시스템 말이다. 그런 시스템을 찾아서 시간을 들여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서게 되고 젊은 나이에 은퇴를 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부의 추월차선에 수록된 예화를 발취한 것이다. 이 예화를 보면서 무릎을 쳤다. 서행차선을 벗어나지 못하는 내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이제 부의 추월차선을 올라타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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