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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상

영화 '빛나는 순간' 파격과 여운

달콤지기 이작가 2021. 11. 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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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바다를 좋아하는 나. 바다하면 제주도다. 아름다운 제주, 우리나라에 제주도가 있다는 것은 행운과도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난 제주도를 3번밖에 못가봤다. 대학교때, 신혼여행, 그리고 가족여행.... 3번의 제주 여행은 갈데마다 또 오고 싶게 하는 매력이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푸른바다...... 굳이 해외로 나가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정도로 아름다운 제주 바다이다.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현무암과 기암괴석들.... 그리고 무엇보다 깨끗한 바닷물.... 싱싱하고 맛있는 해산물. 나중에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제주에서 살 것이라는 다짐을 한번도 저버리지 않게 만드는 제주만의 매력이 있다.

그런 제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나왔다. 

'빛나는 순간'

고두심과 지현우가 나왔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다. 해녀 이야기를 다룬 영화겠거니 하고 보기 시작했다. 물론 스토리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난 아름다운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보단 그 배경인 제주의 아름다움을 화면으로나마 느끼며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코로나로 인해 2년동안 여행을 못갔다. 다들 여행을 다닌다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 한 사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코로나가 지겹고 지치게 하는 일상을 만들어버렸다.

빛나는 순간.... 영화를 보면서 리차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귀여운 여인'이 떠올랐다. 뭐랄까. 영화 '빛나는 순간'은 영화 귀여운 여인의 한국판 버전처럼 느껴졌다. 30대 청년 지현우가 60대 해녀 고두심을 사랑한다는 스토리는 억지중에 억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따지고 보면 안될 것도 없어 보였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을까. 지치고 지친 일상에서 서로에게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다 보면 그게 사랑인지 호기심인지 연민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그 무언가의 복잡한 감정이 일게 마련이다. 사랑에 나이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이 영화는 파격에 파격이다. 일상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귀여운 여인'처럼 나이든 남자와 젊은 여자만 사랑하라는 법이 있나. 나이든 여자와 젊은 남자 사이에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돈이나 권력에 취해 사랑인것처럼 변질되는 것보다는 영화 '빛나는 순간' 은 훨씬 더 순수하다. 이 사랑은 앞뒤가리지 않는 청춘들처럼 사랑 그 자체다. 만약 이들의 사랑이 계속 이어졌다면 그 다음 모습은 왠지 불을 보듯 뻔하다. 사랑의 콩꺼풀이 벗겨진 그 순간 말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제주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제주답게 순수하게 아름답게 끝을 맺는다.

해녀 고진옥은 행복한 여자다. 어린 딸을 먼저 보내고 병든 남편을 수발하면서 고단한 아니 생명을 거는 해녀의 삶을 살아가지만 그녀에서 선물같은 기회가 온다. 바로 '멍충이' 피디와의 사랑이다. 60대를 넘긴 나이에 이런 사랑이 온다는 것은 고단한 한평생에 진주같은.... 서랍속 깊이 숨겨 넣었다가 한번씩 꺼내서 손으로 만져볼법한 그런 보석같은 감정 아닌다.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오롯이 상대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그런 순수한 사랑이 점점 사라지는 시대가 않는가.

법륜 스님은 '결혼은 장사'라고 했다. 따지고 보니 맞는 말이다. 학벌 따지고, 집안 따지고, 직업 따지고, 외모 따지는.... 이것저것 다 재보고 하는 결혼은 사랑이 아니라 장사라고 하지 않았는가. 맞는 말이다. 정작 결혼해 보니, 돈이 없더라, 나보다 학벌이 떨어지더라 그러면 밑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장사를 하기 때문에 나오는 표현이다. 영화 '빛나는 순간'은 결혼장사를 하는 시대에 진짜 사랑을 보여준다. 아무 계산을 하지 않는 감정 그 자체에 의존한 사랑말이다. 진짜 사랑이 의미하는 진정한 뜻이 조건없는 사랑이라면 영화 '빛나는 순간'은 찐 사랑이다.

해녀 고진옥의 집은 정말 제주도 서민들의 삶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가옥이었다. 제주는 아름다운 바다도 있지만 허름한 시골집도 있다. 허름한 시골집에 사는 해녀 고진옥, 그리고 30대 청년과의 사랑. 이 둘은 어울리지 않을 듯 싶지만 어울리지는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 일어난 사랑이라 더 파격이고 그럴듯하다. 사랑은 교통사고와 같은 것이라고 한다. 누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생기는 감정말이다. 영화 '빛나는 순간'은 올 해 본 영화중에 가장 아름답고 깨끗하면서도 불같은 사랑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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