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지기
러시아 황실 잔 노모노소프 코발트넷으로 차 마시기 본문
어쩌다 러시아 황실 잔 노모노소프에 꽂히게 되었다. 이 찻잔에 꽂힌 다음부터는 다른 찻잔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황실 잔답게 가격이 비싸다. 찻잔 한세트에 거의 10만원에 육박하니 나같은 서민이 득템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러다 실수로 깨뜨리기라도 하면 순간에 10만원을 날려버린 꼴이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갖고 싶었다. 그렇게 큰 돈은 아니지만 쉽게 이가 나가고 깨지는 찻잔을 이 돈을 주고 사야 하나 하는 생각에 망설이다가 구매했다. 해외배송이라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국내에서 파는 사이트도 있었지만 가격 차이가 나서 시간을 돈으로 사는 행동은 하지 않기로 했다. 마냥 기다리기로.
해외배송이라 걱정했다. 만약 찻잔이 이가 나갔거나 파손되어서 도착하면 어떡하지? 다시 반품하게 되면 골치아플 일들이 상상이 됐다. 이건 국내 배송이 아니라 만약 문제가 생기면 더 큰 일이라고 생각했다. 두둥! 드디어 도착했다. 나의 모든 걱정은 기우였다. 완전 멀쩡하게 하나도 파손된 것 없이 도착했다. 영롱한 빛갈과 코발트 색의 화려한 색감, 금박으로 장식된 손잡이와 찻잔의 테두리들. 어디 하나 대충 넘어간 곳이 없었다. 화려한 코발트 빛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장식이었다. 찻잔을 손으로 들어보고 깜놀했다. 이렇게 가벼울수가. 이렇게 가벼운 찻잔은 처음이었다. 용량이 상당히 큰 찻잔이었는데도 엄청 가벼웠다. 어찌나 가볍고 얇던지 안쪽에서 살펴보면 바깥쪽 문양이 훤히 다 비칠정도였다. 얇고 가볍고 선명한 색상은 완벽했다.
그러나 단 하나 흠이 있다. 손잡이 구멍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립감이 상당히 안좋다. 일반적으로 검지 손가락을 끼우고 차를 마신는데 검지 손가락이 상당히 뻑뻑하고 불편하다. 내가 여자손치고 상당히 작은 손인데도 말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나보다 더 가늘다는 말인가. 아무튼 그립감은 상당히 불편하다.
그래도 이렇게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잔으로 차를 마시면 황실 귀족이라도 된 느낌이 든다. 아니 이건 오버다. 그정도는 아니지만 내가 참 소중한 사람이다라는 마음을 잠시 하게 된다. 나를 사랑해주는 나를 만나게 된다.
찻잔 하나가 별것 아니지만 난 이런 것으로 잠시나마 호사를 누렸다.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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