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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긴급돌봄 2주차(돌봄교실 생활) 본문

문화. 일상

코로나19로 인한 긴급돌봄 2주차(돌봄교실 생활)

달콤지기 이작가 2020. 3. 1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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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초중고등학교가 휴업을 한지 오늘로 딱 2주차.

아이들은 집안에 꼭꼭 숨어 지낸지 2달에 접어 들었다. 집에서 매일 있어야만 하는 아이들의 답답함과 지루함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아이들만 힘든게 아니다. 어른들도 힘들다. 재택근무로 칩거에 들어가고 자영업자들은 코로나가 아닌 매출 부진으로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다들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WHO는 펜데믹 선언을 했다. 그 결과 증시는 박살이 났다. 미 연준에서는 금리를 인하했다.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힘들고 고달프다. 매일 정해진 시간만 되면 약국 앞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kf94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서다. 평소같으면 관심도 없던 마스크가 귀하신 몸이 되어버렸다.
버스를 타고 퇴근하는 길에 진풍경을 목격하게 된다. 바로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끝을 알 수 없는 줄이 서 있다. 필자도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비오는 날 1시간을 서서 기다린 끝에 마스크 2매를 구매할 수 있었다. 이것도 아껴서 써야 한다. 마스크는 1주일에 한번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신의 출생년도 끝자리에 맞춰서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다. 마스크 5부제란 출생년도 1,6번은 월요일, 2,7번은 화요일 3,8번은 수요일 이런 식으로 정해진 요일에 맞춰 살 수 있다. 평소 덜렁대는 필자는 출생년도라는 말을 생년월일로 착각하여 월요일에 한참을 줄을 섰던 실수를 했다. 나름 젊은 사람도 이런 실수를 하는데 나이드신 분들은 더 말할 것도 없이 혼선을 빚었다.

줄을 서있는데 지나가던 70대 할머니 왈 "내 70평생을 살아도 마스크 5부제는 생전 처음이네. 난리난리 이런 난리가 없네." 아무튼 이런 난리를 뚫고 마스크 2장을 확보했다.

화요일에 산 마스크 덕분에 지금은 마스크를 쓰고 돌봄교실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오늘 등교한 아이들은 10명. 교육부에서 한 반에 10명 내외로 하여 돌봄교실을 운영하라고 지침이 내려왔다. 평소 25명에 비하면 엄청 적은 수다. 다음주는 이보다는 더 많을 것 같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 있는 것이 한계가 있으므로.

아이들은 등교하여 개인 짐 정리를 하고 독서로 마음을 정리한다. 9시에 등교하는 아이, 10시 다 돼서 등교하는 아이 제각각이다. 아이들은 등교하여 오전 독서를 간단히 한다. 그 다음에 돌봄교실에 있는 장난감(보드게임, 레고, 색칠놀이, 색종이 접기)등으로 놀이를 한다. 맞벌이 부모같은 경우 아이를 홀로 집에 둘 수 없어서 돌봄교실에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가 심심해 해서 보내는 경우도 많다. 친구들과 같이 모여서 놀게 하려고. 요즘은 기관이나 시설을 이용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공간도 환경도 안 된다. 코로나 여파로 아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놀이를 한다. 어른도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라고 하면 답답하고 불편해서 힘들다. 하물며 아이들은 어쩌랴.
"선생님, 마스크 하니까 답답해요."

"선생님, 마스크 때문에 귀가 아파요. 여기를 바늘로 콕콕 찌르는거 같아요."

마스크를 꼼꼼히 살펴봐도 뾰족한 부분은 없다. 마스크 쓰고 놀기 싫다는 뜻이다. 어찌 힘들지 않겠냐. 마스크를 쓴다고 한들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서 붙어서 놀다보면 전염병은 옮길 수밖에 없다. 다만 보균자가 없으면 절대 걸리지 않으므로 아이들이 보균자와 접촉을 최대한 하지 않게 돌보는 방법밖에 없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19 전염병이 도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핵보다 무서운 것이 되어 버린 세균. 앞으로는 세균 전쟁이다. 아니 지금 이미 그런 상태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무기를 들지 않았는데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 감염으로, 기근으로.

장난감으로 놀다가 12시가 되면 점심시간이다. 당연히 단체급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도시락도 각자 싸온다. 도시락을 먹을 때도 각자 떨어져서 한명씩 먹는다. 어울려서 정을 나누면 안된다. 서로에게 전염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교실 아이들은 보균자가 아니겠지만(굳게 믿고 싶다) 만의 하나를 염두에 두고 조심시키는 것이다.

 

다행이 우리반 아이들은 교사의 말을 잘 따라준다. 착하고 이쁘다. 감사할 따름이다. 큰소리를 치지 않아도 된다.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말로 잘 타이르면 알아듣는다. 그게 오래 지속되지 않아서 탈이지만.

점심을 먹고 다시 2차 놀이에 돌입한다. 아이들이 돌봄교실에 오는 주요한 목적이다. 책으로 장난을 치기도 하고 직접 그림을 그려서 포켓몬 카드를 만들기도 한다. 거의 진짜같은 포켓몬카드를 그렸다고 칭찬받으러 오는 아이들도 있다. 폭풍 칭찬을 해준다. 2주차에 접어드니 마스크가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아이들이 확 줄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적응하다니. 이런 적응력을 지닌 인간이니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거겠지만.

 

2차 놀이가 끝나면 2시부터 간식을 먹자고 졸라댄다. 밥먹은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간식타령..... 간식을 먹고 다시 독서,

이번 독서는 에너지로 충전된 아이들이 교실에서 뛰어다니고 장난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오후 정도 되면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해서 몸살이 난다. 뛸 필요가 없는 거리인데 뛰어 다니고 일부러 친구를 건드려서 도망가고 잡으러 오게 만든다. 이런 아이들이 한두명이면 괜찮다. 문제는 한두명이 하면 다 따라한다. 얌전히 있던 아이들도 같이 업돼서 호응을 해준다. 그러면 교실은 난장판이 되어 버린다. 그러다 한두명이 넘어져 다치고 울고 아수라장이 된다.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미리 독서를 시킨다.  남자 아이들은 독서시간 20분을 못 넘기고 몸이 배배꼬고 몸살을 한다. 얌전히 노는 조건으로 자유놀이를 허락한다. 4시 30분이 넘으면 아이들이 하나둘씩 집에 갈 준비를 한다. 직접 데리러 오는 보호자도 있고 학원으로 바로 가는 학생도 있다. 5시. 모든 아이들이 하교 하고 남은 빈교실에서 바닥청소를 하고 문단속을 하고 퇴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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