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지기
은평구 대림시장 구경하기 본문
퇴근하는 길에 갑자기 시장에 가고 싶었다. 더운 날씨였지만 발걸음이 시장으로 옮겨졌다. 응암동에 있는 대림시장이다. 자주 가는 시장이다. 요즘은 에어컨이 빵빵한 마트나 백화점을 주로 찾지만 가끔씩 시장에 가고 싶을 때가 있다. 시장만의 특이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대림시장 입구에 들어섰다. 입구에는 감자탕 집이 즐비해 있었다. 예전에는 더 많았는데 개수가 많이 줄었다. 요즘은 체인식 감자탕 집이 많이 생겨서 응암동 원조 감자탕집을 찾는 발걸음이 예전보다 줄었다. 예전에는 너도나도 원조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는 집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많이 줄었다. 예전에 비해서 달라진 것이 어디 이뿐이랴.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변하고 변한다.
어쩌면 시장을 자주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예전의 향수를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어서 시장을 자주 가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래도 더디게 변하는 곳 중에 한 곳이 시장이다.
시장에 가면 없는 것이 없다. 대형 마트에 있는 것은 다 있다. 과일, 채소, 고기 ,수산물, 떡, 옷, 밑반찬, 가마솥에 직접 고아서 만든 사골 국물, 살아있는 미꾸라지, 꾸물꾸물 기어가는 뻘게.
한 바구니에 천원, 2천원짜리가 즐비하다. 몇천원만 있어도 두 손 가득 장을 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마트보다는 가격이 싸다. 수박도 한통에 5천원짜리가 있다.
생선도 그 자리에서 고르기만 하면 원하는 크기로 토막을 쳐주고, 깔끔하게 손질도 해준다. 가격을 흥정하는 맛도 있고, 시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정겨운 호객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시장에서 듣는 손님을 부르는 소리는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제주도 여행 갔을 때 갈치 한 마리를 굵은 소금에 구워주고 4만원을 받던 식당이 기억난다. 몇년이 지났지만 잊혀지지가 않는다. 잊혀지지 않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너무 비싸게 받아서인지, 너무 맛있어서인지 아직도 결론이 안났지만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갈치를 볼 때마다 제주도 여행이 생각난다.
야채는 무조건 천원, 2천원이면 고를 수 있다. 만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시장에서 만원은 야채와 과일을 두 손 가득 살 수 있다. 만원의 행복이다.
전통시장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출하되지 않는 망고나 아보카드, 거봉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마트에 있는 것은 시장에도 있다. 사람 냄새가 느끼고 싶으면 시장에 오라,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시장이라고 해서 좌판에 벌여놓고 무조건 담아주는 식이 아니라 개별 포장이 되어서 깔끔하게 쇼핑을 할 수 있다.
온통 좋은 물건으로 좌판을 채운 물건들을 보는 것은 너무 황홀하다. 재미있다. 멋진 예술 작품을 보는 것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시장을 가득 채운 물건들을 볼 때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도 행복해진다.
기분이 우울할 때, 삶의 활기를 더하고 싶을 때 시장에 와 보라. 그동안 본인이 얼마나 게으름을 피웠는지, 얼마나 배부른 투정을 부리고 있었는지 단번에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우울해하고 따분한 일상을 보내는 감정적인 사치를 부리고 있을때 수많은 시장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삶은 고단하다. 감정적 사치를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다들 죽겠다고 한다. 힘들다고 한다. 코로나19여파로 더 심해졌다. 그 고통을 본인은 요즘 더 잘 느끼고 있다. 시장에 갔다 와서 정신이 버뜩 들었다. 내가 그동안 말로만 힘들다고 하고 정작 삶은 그 힘든 세상과 맞닥뜨리지 않고 피하고만 있었다. 세상에 나가보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곳이 시장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렇게 열심히 살고도 안된다면 그 때 투정을 부려도 된다. 지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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