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지기
은평구 진관사 생애 첫 방문기 본문
은평구에 오랫동안 살았지만 진관사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진관사라는 이름을 하도 많이 들어서 직접 진관사를 가본 적이 있다고 착각까지 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료들과 한옥마을을 거닐다가 자연스럽게 진관사로 올라갔다. 한옥마을이 사실 뭐 볼것도 거닐것도 없어서 자연스럽게 진관사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처음이었지만 가본 적 있다는 착각을 안고 진관사쪽 언덕을 올라갔다. 가는 길은 잘 닦여졌고 깨끗해서 산책할 맛이 났다. 올라가는 언덕에 구부러진 소나무들이 멋스럽게 느껴졌다. 햇볕을 가리는 건물도 없는데 왜 저 소나무들은 구부러지면서 자랐는지.
진관사는 왕족들이 요양이나 휴양을 하러, 또는 기도를 하러 오는 곳이었다고 한다. 경복궁에서 진관사까지 그 먼길을 가마 타고 왔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왕족들이 아니라 가마꾼들이. 구부러지고 질척이는 흙길을 오느라 얼마나 신하들이 힘들었을지 가늠이 되었다. 왕족들이 들렀다 가는 절치고는 상당이 규모가 아담했다. 한적하고 고요하기까지 했다. 진관사는 여승들만 있는 절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절 안에 항아리들이 엄청 많았다. 저 많은 항아리 안에는 된장과 간장, 고추장이 가득하겠지 싶었다. 기독교인인 나로서는 절 구경은 썩 내키는 것은 아니지만 구경삼아 오는 거라 마음을 편히 하고 둘러보았다. 갑자기 절밥을 한번 먹어 보고 싶기도 했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구정에 절 음식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나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여럿 있나보다. 어떤 맛인지. 어떤 기분인지 궁금했다. 장난삼아 같이 간 동료에게 신정에 여기서 만나서 밥 먹자고 농담을 했다. 그 이후로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절밥은 못 먹어봤다. 말이 그렇다는 거다. 내려오는 길에 얼음이 예술처럼 언 계곡도 보았다. 일부러 이렇게 얼리기도 힘들 정도로 멋지게 얼어 있었다. 고풍스러운 처마와 추녀들 그리고 예술같은 계곡 얼음까지 모두 나에게는 유적지처럼 느껴졌다.
진관사는 일반인도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 비슷한 것이 있었다. 바루에다 담아서 먹는 절밥을 한번은 먹어 보고 싶다. 템플스테이까지는 아니지만 새로운 체험이 될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 머릿속이 복잡하고 항상 마음이 조급한 지금 심정으로는 한가한 절에 들어가서 마음 수양이 될까 싶기는 하지만 진관사를 처음 가 본 내 입장에서는 불자의 마음이라기 보다는 구경꾼 내지는 관광객의 마음으로 한바퀴 둘러보고 내려왔다. 가까운 곳에서 조용하고 공기좋은 곳에 머물 공간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기분 좋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찾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외식을 할때는 서울 시내가 아니라 서오릉 같은 곳으로 차를 몰고 외곽으로 나가는 것 같다. 서오릉에서 식사를 하고 운동삼아 진관사나 서오릉로 산책을 하는 것도 힐링 중에 힐링이 될 것 같다. 봄이 되면 한번 더 진관사에 올라보고 싶다. 그때는 진짜로 절밥도 한번 먹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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