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지기
나의 크리스마스 선물 본문
나이가 들어가면서 크리스마스의 들뜬 기분, 한 해를 마감하는 분주한 연말 분위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사라져 가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 이브지만 나에게는 여느 때와 같은 주말이다. 아니 여느때보다 더 조용하다. 그야말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다.
그래도 얼마 전 선물같은 뮤지컬 관람을 했다는 것이 지루한 일상의 한구석을 밝혀주는 빛과 같은 작용을 했다. 여기에 덧붙여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평소 갖고 싶던 퀼트 가방을 선물로 받았다. 정말 완벽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선물이 가장 선물다울 때는 언제인가? 바로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을 때이다. 이미 예측하고 기대를 한 선물은 더이상 선물이 아니다. 예정된 급여 명세서 같은 것이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평소 내가 너무 갖고 싶던 거라면 어떨까? 백방으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고 구매하려고도 했지만 구매할 수 조차도 없을 때.... 그리고 지쳐서 포기하고 있을 때. 우화속 '여우와 포도' 이야기에 나온 여우의 심리처럼 그 포도는 시고 맛도 없을거야 하면서 자신을 속이고 있을 때, 난 선물을 받았다. 선물을 손에 쥐는 순간 벼락같은 지진이 일었다. 정말 벼락 같은 무언가가 느껴졌다. 찰나의 순간에 말이다.
오래전부터 난 퀼트에 관심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퀼트 가방에 꽂혀 있었다. 난 무거운 걸 드는 것을 싫어한다. 아니 못 든다. 선천적으로 체력이 약한 탓이다. 뚜벅이라 걸어다녀야 하는데, 이것저것 들고 다닐 물건도 많다. 하여 무거운 가죽 가방은 절대 사양이다. 그래서 가볍디가벼운 퀼트 가방에 꽂혔던 것이다. 몇달 전 식사 자리에서 퀼트 가방이 갖고 싶다고 말한 걸 동료가 기억하고 내게 선물했다. 그것도 내가 원하던 그 사이즈로 말이다. 내가 원하던 사이즈라서 감동, 가방이 가벼워서 감동, 정말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소원하던 선물이라 더욱 감동의 파도가 밀려왔다. 선물을 받아 들고 자리로 와 앉아서 일을 시작했다. 일이 손에 잡힐리 있나. 시간 단위로 몇번씩 쇼핑백 속에 있는 퀼트 가방을 꺼내 보았다. 선물을 받고 이렇게 설레였던 적이 언제였던가. 선물 받은지 3일이 지났는데도 난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퀼트 해 본 사람들은 안다. 가방 선물은 손쉽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방 하나 완성하는데 몇날 며칠이 걸리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선물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돈을 주고도 쉽게 구매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동안 선물로 받은 퀼트 가방, 파우치, 브로치, 그리고 어렵게 구매한 작은 손가방까지 퀼트 가방을 다 꺼내 보았다. 보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자주 들고 다니지는 않지만 퀼트는 한땀한땀 정성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영구 소장용이다. 하지만 이번에 선물 받은 가방은 날이 풀리면 열심히 들고 다닐 것이다. 내게 선물한 그분이 보고 흐뭇해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빨리 날씨가 풀려서 가볍디가벼운 퀼트 가방을 살랑거리면서 들고 다니고 싶다.
퀼트의 특징은 안감도 이쁘다는 것이다. 기성품 가방의 안감은 정말 볼 것도 없지만, 퀼트 가방은 안감도 예술이다. 예쁜 문양으로 덧댄 안감은 사람들 앞에서 가방을 펼쳐서 보이고 싶을 정도로 앙증맞고 예쁘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난 내가 받은 선물들을 펼쳐 보았다. 고요한 이브날이지만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내 마음이 선물들로 풍성하게 채워짐을 느낀다. 이미 내 마음은 흥분과 감동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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